외국인 15조 매도에도 펀더멘털은 견조하다
코스피가 고점 대비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했다. 많은 이들이 기업 실적 악화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 목표가 470만원을 제시했던 노무라증권은 다른 진단을 내놨다. 급락의 본질은 펀더멘털 훼손이 아니라 수급 불균형이라는 분석이다.
29일 신디 박 노무라증권 연구원이 발표한 ‘한국 증시의 다음 재평가'(Korea’s next re-rating) 보고서는 최근 시장 조정의 구조적 원인을 명확히 짚었다. 외국인 대규모 순매도, 국민연금의 매수 여력 한계, 레버리지 상품 확대가 삼중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1080억 달러 매도의 배경은 벤치마크 비중 초과
외국인은 지난달 22일 고점 이후 24일까지 15조 8000억원, 약 1080억 달러 규모를 순매도했다. 이례적인 규모다. 박 연구원은 그 이유를 명확히 제시했다.
“한국 증시의 벤치마크 비중이 포트폴리오 운용 한도를 초과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국가별 비중 한도를 설정한다. 한국 주식이 급등하면서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기준을 넘어섰고, 리밸런싱 차원에서 기계적 매도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실적 악화나 전망 하향이 아니었다.
국민연금은 더 이상 살 여력이 없다
국내 기관 수급의 핵심축인 국민연금도 한계에 봉착했다. 박 연구원은 “국내 자산 배분 비중이 현실적인 한계 수준에 근접하면서 추가적인 수급 지원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비중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그러나 운용 규칙상 더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 외국인 매도를 흡수하던 완충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레버리지 ETF가 변동성을 증폭시켰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급성장도 변수였다. 박 연구원은 “이들 상품의 급격한 성장이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레버리지 상품은 시장 방향을 증폭시킨다. 상승장에서는 매수를, 하락장에서는 매도를 강제한다. 구조적으로 변동성을 키우는 메커니즘이다.

다음 재평가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주도한다
박 연구원은 향후 전망을 명확히 제시했다. “시장의 디레버리징(차입 축소) 과정이 진행되고 외국인 매도 압력이 완화됨에 따라 한국 증시의 다음 단계 재평가는 기업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면 기업의 주주환원 정책이 전면에 나선다는 논리다. 특히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구조적 상승 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 펀더멘털은 견조하다
“이러한 수급 요인들이 기업 펀더멘털이 견조한 상황에서도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켰다.”
박 연구원의 진단은 명확하다. 실적은 문제없다. 수급이 문제였다. 따라서 수급이 안정되면 펀더멘털이 재평가를 이끈다는 구조다.
SK하이닉스 목표가 470만원, 글로벌 IB 중 최고 수준 유지
노무라는 SK하이닉스에 대한 강한 확신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5월 15일 목표주가를 234만원에서 400만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이어 6월 24일에는 470만원으로 재차 올렸다. 글로벌 투자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번 보고서에서도 목표가를 하향하지 않았다. 코스피 급락에도 SK하이닉스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판단을 유지한 것이다.

수급 정상화 후 주주환원 정책이 시장을 끌어올린다
노무라의 시나리오는 단계적이다.
- 1단계: 레버리지 상품 정리와 외국인 매도 압력 완화(진행 중)
- 2단계: 기업의 자사주 매입·소각 본격화
- 3단계: 대형주 중심 주주환원 정책이 시장 재평가 주도
박 연구원은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향후 한국 증시의 구조적인 상승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밸류업 프로그램과 맞물려 자사주 소각이 본격화되면 주가순자산비율(PBR) 개선이 가속화된다는 논리다.
외국인 매도는 일시적 리밸런싱이었다
결국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는 한국 증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아니었다. 포트폴리오 비중 조정이라는 기계적 요인이었다. 이 과정이 마무리되면 다시 매수 여력이 생긴다.
국민연금의 비중 한계도 영구적 제약은 아니다. 운용 규칙 개선이나 자산 규모 증가로 해소 가능하다. 레버리지 상품도 시장이 안정되면 변동성 증폭 효과가 줄어든다.
결론: 펀더멘털은 살아있다, 수급만 회복하면 된다
노무라증권의 분석은 명확하다. 코스피 급락은 기업 가치 훼손이 아니라 일시적 수급 불균형 때문이었다. 외국인 리밸런싱, 국민연금 비중 한계, 레버리지 상품 확대가 겹쳤을 뿐이다.
이 과정이 정리되면 기업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다음 재평가를 이끈다. SK하이닉스 목표가 470만원도 여전히 유효하다. 펀더멘털이 견조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수급으로 흔들렸지만, 결국 펀더멘털로 돌아온다. 노무라는 그 타이밍이 곧 온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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