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약 급여 기준 15년째 제자리, 환자 600만 시대 발목 잡는 낡은 원칙

급여 원칙은 2011년, 진료지침은 2026년

국내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가 600만 명을 넘어섰다. 합병증 예방과 장기 예후 개선을 위한 조기 집중 치료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환자들이 최신 치료를 받는 데 15년 전 기준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11년 마련된 ‘당뇨병 약제 보험급여 일반 원칙’이 최신 진료지침을 따라가지 못한 채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최신 당뇨병 진료지침은 명확하다. 심부전, 만성 콩팥병,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등 동반질환이 있으면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GLP-1RA)를 조기에 병용하고 우선 사용하라고 권고한다. 하지만 급여 기준은 이런 변화를 반영하지 않았다. 환자별 맞춤 치료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당뇨병 약제 처방전을 들고 고민하는 환자의 모습
📷 출처: Pexels / Ron Lach

진료지침은 조기 병용, 급여는 단계적 추가만 인정

현행 급여 기준은 단계적 접근을 원칙으로 한다. 1차 약제 사용 후 혈당 조절이 안 되면 2차 약제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구조가 2011년 당시 치료 패러다임을 기준으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2011년 이후 당뇨병 치료는 급격히 진화했다. SGLT2 억제제는 심부전 입원을 줄이고 신장 기능 악화를 늦춘다는 대규모 임상 결과가 축적됐다. GLP-1RA는 심혈관 사건 감소 효과가 입증됐다. 단순히 혈당을 낮추는 것을 넘어 장기 보호 효과가 명확한 약제들이다.

그런데 급여 기준은 여전히 ‘혈당 조절 실패’를 전제로 약제 추가를 허용한다. 동반질환이 있어도 조기 병용이나 우선 사용을 급여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진료지침과 급여 기준 사이에 15년 간격이 그대로 남아있는 셈이다.

동반질환 환자, 조기 개입이 예후 결정

당뇨병 환자 중 상당수는 심혈관질환이나 신장질환을 동반한다. 이들에게 조기 집중 치료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합병증이 진행된 뒤 약제를 바꾸는 것보다, 초기부터 장기 보호 효과가 있는 약제를 쓰는 것이 예후를 바꾼다.

하지만 급여 기준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환자는 두 가지 선택지에 직면한다. 급여 기준에 맞춰 단계적으로 약을 바꾸며 시간을 소비하거나, 비급여로 최신 약제를 쓰며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는 것이다. 600만 환자 시대에 맞지 않는 구조다.

SGLT2 억제제와 GLP-1RA 약제 패키지 이미지
📷 출처: Pexels / Haberdoedas Photography

급여 기준 재정비, 무엇을 바꿔야 하나

전면 재정비는 단순히 약제 목록을 추가하는 차원이 아니다. 급여 원칙 자체를 최신 진료지침에 맞춰 재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세 가지 방향이 필요하다.

1. 동반질환 기반 우선 사용 인정

심부전, 만성 콩팥병,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등 고위험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는 SGLT2 억제제와 GLP-1RA를 1차부터 급여로 인정해야 한다. 혈당 조절 실패를 기다릴 이유가 없다. 장기 보호 효과가 입증된 약제를 조기에 쓰는 것이 의료비 절감과 예후 개선을 동시에 달성하는 길이다.

2. 조기 병용 요법 급여 확대

현행 기준은 단계적 추가를 원칙으로 하지만, 최신 지침은 초기부터 2~3제 병용을 권고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당화혈색소(HbA1c)가 높거나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는 조기 병용이 표준이다. 급여 기준도 이를 반영해 조기 병용 요법을 인정해야 한다.

3. 정기적 개정 체계 마련

15년 동안 급여 기준이 그대로였던 근본 원인은 정기 개정 체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진료지침은 새로운 임상 근거가 나올 때마다 업데이트된다. 급여 기준도 최소 3~5년 주기로 진료지침 변화를 반영하는 정기 개정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당뇨병 진료지침 문서와 보험급여 기준 문서를 나란히 비교하는 장면
📷 출처: Pexels / Nataliya Vaitkevich

환자 중심 급여 체계로 전환해야

급여 기준은 재정 절감만을 목표로 설계되어서는 안 된다.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면서 장기적으로 의료비 증가를 억제하는 균형이 필요하다. 조기 집중 치료로 합병증을 예방하면 투석, 심근경색, 뇌졸중 등 고비용 합병증 치료비를 줄일 수 있다.

600만 환자 시대는 이미 도래했다. 15년 전 기준으로는 이들을 감당할 수 없다. 최신 진료지침을 반영한 급여 기준 전면 재정비가 시급하다. 환자별 맞춤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체계를 지금 만들어야 한다.

결론: 지금이 급여 기준 재설계 적기

당뇨병 약제 급여 기준은 2011년 이후 정체되어 있다. 그 사이 진료지침은 두세 차례 이상 개정됐고, 새로운 약제와 치료 전략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동반질환 환자에게 조기 병용과 우선 사용을 권고하는 최신 지침을 급여 체계가 따라가지 못하면, 환자는 경제적 부담을 지거나 차선의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

전면 재정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동반질환 기반 우선 사용 인정, 조기 병용 요법 급여 확대, 정기 개정 체계 마련이 핵심이다. 환자 중심 급여 체계로 전환해 합병증 예방과 장기 예후 개선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600만 환자를 위한 급여 기준 재설계, 지금 시작해야 한다.

— 카테고리: 건강, 의료정책, 당뇨병 태그: 당뇨병, 급여기준, SGLT2억제제, GLP-1수용체작용제, 진료지침, 보험급여, 합병증예방, 의료정책